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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유창선 지음)

by msh0512 2024.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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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유창선 지음)

 

지은이 소개

지은이 유창선 박사는 연세대 사회학과/대학원을 졸업한 국내 1세대 정치평론가로, 책도 여러 개를 내며 인문학 작가, 강사 등의 일을 해왔던(그러나 경제문제에는 이렇다할 관심가는 언급이 없던), 진보적 성향의 시사평론자이다. 1960년생이니 고등학교 시절 내가 본 바에 따르면 "데모하는 대학생" 중 하나였을 것이다. 멋지지만 공부는 안 하는 대학생, 젊음과 낭만을 즐기며 사회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개개인들은 속빈 강정처럼 하루하루를 살던, 의식없고 의지없던 대학생...적어도 내 기준에서 80년대 학번의 "당시 대학생들"은 이런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리고 지은이 유창선 박사도 내 관심분야가 아닌 정치평론을 주로 하는 사람이었으니... 그 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한 이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은이름이었다. 

2023년 3월 10일, 잠자던 중 발작을 하며 119응급차로 병원에 가게 되면서 내게도 병마가 왔음을 알게 되었는데, 뇌종양이란 친구였다. 그것도 교모세포종 4기. 수술을 안 하면 2개월, 수술을 하고 관리를 잘 해도 5년 생존율이 6%밖에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내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왜 이런 병이 나한테 생겼을까? 내가 죽으면 가족들은 어떻하나? 등의 질문과 생각들은 병원에 입원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게 던져질 물음이었고, 처음에는 네이버, 구글에서 뇌종양 환우들이 관련정보를 공유하는 모임들을 찾았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이름이 "유창선"이었다.

 

“동네아저씨의 고즈넉한 삶…모르고 죽었다면 억울할 뻔했어요”[서영아의 100세 카페]

한국의 1세대 정치평론가로 꼽히는 유창선 박사(62)는 요즘 ‘두 번째 삶’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3년 전 느닷없이 찾아온 뇌종양 수술로 죽음의 문턱을 밟았고, 8개월 사투 끝에 가족이 기다리

n.news.naver.com

지은이의 경우, 2019년에 뇌종양으로 수술을 하고 그 후 8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나와 같은 교모세포종은 아닐지라도 난 뇌종양(뇌암)을 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고 있는 성공사례를 찾고 있었기에, 지은이의 투병생활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속의 기억하고픈 내용들...

1. "인간은 장애와 맞서 겨룰 때 스스로를 발견한다.(생택쥐페리, [인간의 대지])

     프롤로그보다 먼저 이 인용을 했다. 뇌종양도 장애가 맞다면 이에 맞서 겨루면서 나 스스로를 발견해 보자.

2. 프롤로그에는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삶"이라 했고, 에필로그는 "가장 소중한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라 썼다. 

     뇌종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까지 가 본 뒤, 나를 기다리든 가족들을 위해, 사랑을 위해 재활에 성공했고, 그 이후의 두 번째 삶에서는 큰 삶이 아니라 작은 삶, 무거운 삶이 아니라 가볍고 소소한 삶은 살고 싶단다. 두 번째 삶은 본래 내가 살고 싶어했던, 나만의 색깔이 도는 삶을 살고 싶단다.

     나도 그렇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도 죽음 이후의 세계나 그 곳에서의 내 존재에 대한 생각보다는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더 들었고, 그렇기에 내게 남아있는 삶이 몇 년이든 몇 달이든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이 나없는 삶을 대비하는 데에 내 남은 삶을 쓰고 싶다. 그러면서도 내가 병마와 싸워 이기면 그 이후의 삶은 내가 살고 싶어했던 삶을 살아가고 싶다.

3.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의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그린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은 여러 개의 사물 속에 섞여 있는 또 다른 사물이 아니다.
사물들은 각자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인간은 궁긍적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타고난 자질과 환경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인간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판단에 달려 있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왜 살야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4. 인생의 시련을 대하는 태도로 첫째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의 존엄을 지키려 했고, 둘째는 사랑을 지키고 싶었다.

     

5. 하버드대 질 볼트 테일러박사의 뇌과학 연구[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37세의 나이에 찾아온 급성 뇌출혈로 테일러 박사는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고 개두수술을 받은 이후 그는 마치 아기가 태어나 세상을 이해하는 문법을 하나둘 깨쳐나가듯 걷기, 말하기, 읽기, 숫자 세는 법 등을 하나씩 배워나간다. 그는 8년간의 긴 회복 과정을 거쳐 이제는 뇌의 기능을 회복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뇌가 가진 치유의 힘을 말한다. 뇌는 외부 자극을 기반으로 세포의 연결구조를 바꾸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데 이런 뇌의 가소성(可塑性)이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게 하는 기본적인 힘이 된다.

6. 지은이가 책속에서 언급한 영화 세 편 중 하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우연의 연속에 의해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 계획없이 사는 인생의 위험과 나태함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계획대로 살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병마가 내게 온 것도, 그로 인해 앞으로 바뀌게 될 내 삶도 다 우연이다. 왜 나만 이럴까 하는 생각은 그래서 부질없다. 앞으로 해야할 일은, 생각은, 영화속 전쟁 충 총에 맞아 죽으며 배의 선장이 벤자민에게 말한 것과 같다.

현실이 싫으면 미친 개처럼 날뛰거나 현실을 욕하고 신을 저주해도 돼.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받아들여야 해!

     우연은 때로는 인생의 설계나 계획을 뒤흔들어 놓지만, 결국 그것을 다시 정돈하고 바로잡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다. 

7. 지은이가 책속에서 언급한 영화 세 편 중 나머지; "미 비포 유"와 "아무르"

     장애가 발생하든 병에 걸리든, 기존의 삶에서 크게 벗어난 한 사람과 주변인의 관계를 그린 영화 두 편이었다. "미 비포 유"는 영국의 고즈넉한 성과 그 주변 풍경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과거 영국에서의 생활도 추억하게끔 하는 아름다운 영화였다. "아무르"는 프랑스 영화로 병든 아내와 그녀를 수발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 비포 유"에서는 장애자가 된 남주인공이 결국 안락사를 택하고 스위스로 가지만 남은 여주인공에게는 "삶은 기회의 연속이니까 고향을 떠나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아무르"쏙 남편은 자신이 수발들던 사랑하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고 마지막에는 베개를 이용해 그녀를 죽인다. 

     장애나 병이 있는 자신의 선택이든, 주변인의 선택이든 이들의 삶을 끝내는 행위들은 그 자체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 비포 유"의 경우 자신의 의지로 남은 삶을 정리하고 죽음 또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점에서 나름 생각해보게 하는 점이 있다. 앞으로 몇번은 더 볼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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